작성일 : 15-02-13 14:06
디지털 주총시대
 글쓴이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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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회사인 나라케이아이씨는 16일 감사를 선임하기 위해 임시 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하지만 이미 주주들의 투표는 진행되고 있다. 전자투표를 통해서다. 주주들은 주총을 열기 열흘 전인 6일부터 15일까지 인터넷을 통해 감사 선임에 대해 찬반 투표를 한다. 11일까지 모두 20명의 주주(지분율 3.6%)가 참여했다. 이 회사는 전자투표를 실시한 사실상 첫 국내 기업이다. 기존에 전자 주총을 연 곳은 중국 법인인 차이나킹하이웨이와 서류상 기업인 특수목적법인(SPC)들뿐이었다.

 ‘디지털 주총’ 시대가 본격 개막됐다. 전자투표가 가능해진 2010년 이후 도입을 위해 한국예탁결제원과 계약을 맺은 기업은 11일 기준으로 192개사다. 이 중 올 들어서만 절반이 넘는 113개사가 새로 들어왔다. 신한금융지주, GS글로벌, NHN엔터테인먼트, 안랩, 광주은행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도 눈에 띈다.

예탁결제원의 김용신 전자투표팀장은 “올 들어 전자투표 도입 계약을 맺는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면서 “3월에 집중된 상장사들의 주총 일정을 감안하면 이달 중순 이후 특히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엔씨소프트를 두고 경영권 갈등을 벌이고 있는 넥슨이 엔씨소프트 측에 주주 제안을 통해 전자투표 도입을 요구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엔씨소프트가 이를 받아들이면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양측 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간 전자투표 도입이 부진했던 건 기업들이 이를 활용할 유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자투표를 하면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져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여가 훨씬 간편해진다. 자연히 이들이 결집하거나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도 커진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이민형 연구원은 “경영진과 대주주로선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을 꺼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요 상장사들이 말로는 ‘주주가치’를 표방하면서도 관행처럼 주총을 한날한시에 열어 주주들의 참석을 쉽지 않게 만드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하지만 올 들어선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무엇보다 지난해 말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의결권 대리 행사 제도인 ‘섀도 보팅’이 원칙적으로 폐지된 영향이 크다. 당장 이를 활용해 주총 의결 정족수를 채워 온 상장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보통결의보다 의결 정족수가 더 필요한 특별결의나, 대주주의 의사가 보유 지분과 관계없이 최대 3%만 반영되는 감사 선임이 불가능해질 것이란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결국 국회를 통과한 법에는 유예 조항이 붙었다. 전자투표를 도입하고 모든 주주에게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하는 등 ‘자구 노력’을 전제로 3년간 섀도 보팅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섀도 보팅을 활용한 기업은 690곳에 달했다.

업계에선 이 중 상당수가 전자투표를 도입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연기금의 주주권 강화와 맞물려 전자투표 보편화로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도 커지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배당 확대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투표제는 미국과 영국은 2000년, 독일과 일본은 2001년에 각각 도입했다. 일본의 경우 전체 상장사의 16.5%가 주총에서 전자투표제를 활용하고 있다. 대만은 2012년 이후 자본금 100억 대만달러 이상이거나 주주가 1만 명 이상인 상장회사는 전자투표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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